원주 영원산성에서 마주한 고요한 옛 성벽의 숨결

늦은 봄 오후, 원주 판부면의 산자락을 따라 오르며 처음 원주영원산성을 찾았습니다. 도심에서 불과 20분 남짓 떨어져 있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산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공기가 서늘해지고, 흙내음과 나무향이 짙게 섞여 있었습니다. 등산로 초입에는 ‘영원산성’이라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고, 그 뒤편으로 이어진 오솔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소리가 묻혔습니다. 오르는 내내 주변의 바람 소리와 새 울음이 이어졌고,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고대의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너진 돌무더기와 나무 사이로 이어진 성벽의 윤곽이 뚜렷했습니다. 군사 유적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평화롭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산속으로 이어지는 접근로와 길의 분위기

 

원주 시내에서 판부면 서곡리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이동하면 영원산성 입구를 알리는 갈색 안내판이 보입니다. 도로 옆 공터에 몇 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고, 입구에는 간단한 안내 표지와 지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산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시작해 점차 경사가 높아집니다. 길가에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어 그늘이 많았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솔잎이 스치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약 20분 정도 걸으면 옛 성문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돌계단이 남아 있는 구간에서는 당시의 성문 구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길이 정비되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고, 곳곳에 휴식용 나무의자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오르는 길 전체가 하나의 역사길처럼 느껴졌습니다.

 

 

2. 성벽이 품은 구조와 공간의 흐름

 

정상에 가까워지면 성벽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구조로, 일부는 무너져 내렸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성벽의 두께는 약 4~5미터, 높이는 3미터 남짓으로, 단단한 화강암을 일정한 크기로 다듬어 겹겹이 쌓은 방식입니다. 산세를 그대로 활용해 굽이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형태라 자연 지형과 조화가 돋보였습니다. 중앙부에는 평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곳이 당시 병사들이 머물던 내부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잡풀이 자라 있지만 돌담의 흔적이 남아 있어, 성내 생활의 일부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탐방객을 위한 전망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원주 시가지와 치악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3. 영원산성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특징

 

영원산성은 삼국시대 후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가 북진하던 시기에 축성되었으며,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군사적 요충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해발 350미터 높이에 위치해 주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주천이 흐르는 방향과 주요 도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당시 병사들이 이곳에서 불을 올려 신호를 주고받았을 모습을 상상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특히 돌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별로 쌓인 흔적의 차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구간은 작은 돌로 정교하게 쌓여 있고, 다른 부분은 비교적 거칠게 다듬어져 있어 시기별 보수 흔적이 확인됩니다. 이 차이마저도 역사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4. 탐방객을 위한 배려와 휴식 공간

 

성벽을 따라 걷는 구간마다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위치와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부에는 나무 평상과 그늘막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주변의 쓰레기통과 벤치가 잘 관리되고 있었고, 돌계단도 깔끔히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나 산성의 거친 돌색과 대조되어 아름다운 색감을 이룹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는 없지만, 안내소 근처 자판기에서 미리 음료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구조물이 적어 자연스러운 풍경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으며, 아이들이 역사 해설판을 읽으며 탐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은 배려들이 모여 오랜 유산을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면 좋은 원주의 역사길

 

영원산성을 내려온 후에는 인근의 ‘흥법사지’와 ‘법천사지’를 함께 방문했습니다. 차로 15~20분 거리라 하루 일정으로 연결하기 좋습니다. 세 유적 모두 고려 초기 불교문화와 방어체계의 흔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판부면 인근에는 ‘원주 혁신도시 전망대’가 있어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점심은 판부면 ‘원주한우촌’에서 한우불고기를 먹었는데, 지역 고유의 담백한 맛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었습니다. 오후에는 ‘치악산 둘레길 제2구간’을 잠시 걸으며 산성과 이어지는 산세를 감상했습니다. 자연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동선이라, 하루가 지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원주의 역사가 산세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준비물과 시간대 추천

 

영원산성은 등산로 형태의 유적이기 때문에 가벼운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습니다.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기면 부담 없이 탐방할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오전 10시쯤 출발하면 햇살이 부드럽고, 여름에는 오전 일찍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에는 길이 얼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스틱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낙엽이 젖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성벽 일부 구간은 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됩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드론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벽 위에서 시간을 길게 보내기보다는 주변 숲길을 함께 걸으며 자연과 어우러진 역사적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과거의 숨결과 이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마무리

 

원주영원산성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 지역을 지켜온 강인한 흔적이었습니다. 돌 하나하나에 사람의 손길과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고, 그 안에서 자연과 역사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원주의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있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단풍이 드는 가을, 성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색이 변하는 숲을 보고 싶습니다. 영원산성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었습니다. 한참을 머물다 내려오며, 돌벽 사이로 흘러나온 바람이 마치 과거의 숨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잔잔한 기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원각사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절,사찰

구암굴사 제주 제주시 아라일동 절,사찰

안국사 전북 무주군 적상면 절,사찰